Projects
평범해 보이는 체험 속, 우리만 보이는 흔적
안수아·

숨어 있는 디자인의 고민
국립어린이박물관에서 진행한 콘텐츠 중 하나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어린이들이 다양한 표정 세트와 단어 세트를 자유롭게 조합해 자신만의 얼굴을 만들어보는 체험입니다.
정답은 없고, 아이들의 상상력대로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보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언뜻 보면 단순한 놀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제작 과정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보기 좋은 디자인보다 먼저 고민한 것
디자인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색상과 형태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정의 형태, 직관적인 아이콘, 친숙한 컬러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진행하며 오히려 더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것인가'였습니다.
벽면에 어떻게 부착해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을지, 어린아이들이 반복해서 만져도 안전한지, 부품을 쉽게 교체할 수 있는지, 관리와 유지보수는 편한지까지.
결국 좋은 디자인은 화면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작동하느냐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시는 혼자 만드는 결과물이 아니다
전시 디자인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 분야가 하나의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뿐 아니라 공간 디자이너, 설계 담당자, 제작팀, 시공팀까지 각자의 전문성이 하나로 모여야 비로소 하나의 체험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자신의 작업만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시공 방식을 이해하면 디자인도 달라지고, 소재를 이해하면 표현 방법도 달라집니다.
공간을 알면 크기와 배치가 달라지고, 제작 공정을 알면 처음부터 더 현실적인 설계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다른 분야를 이해한다는 것은 협업을 잘하기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더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합니다.
당연해 보이는 것들이 가장 어려운 일
관람객 입장에서 보면 이 체험은 몇 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놀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몇 분의 경험을 위해 수많은 선택이 반복됩니다.
표정 하나의 크기, 손으로 잡기 쉬운 두께, 단어의 배치, 자석의 방식, 벽면의 마감, 시공 방법까지.
관람객은 이런 과정을 굳이 알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체험하고 지나간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디자인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 평범해 보이는 체험 속에서 "이 부분은 이렇게 해결했구나.", "이 방식이 유지보수에 더 유리하겠네." 같은 고민의 흔적들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됩니다.
아마 이런 재미는 업계 사람들만 아는 작은 직업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읽기 도구
약 3분 읽기
이 글이 도움이 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