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Projects

[전시그래픽] 완도대우병원의 어제와 오늘, 섬사람들과 함께한 돌봄의 기록

김정용··수정됨 2026.07.21

[전시그래픽] 완도대우병원의 어제와 오늘, 섬사람들과 함께한 돌봄의 기록

외딴 섬에 세워진 병원, 완도대우병원이 남긴 약속

전라남도 완도군 노화도.
완도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닿을 수 있는 섬, 그곳에 한때 2차 병원이 세워졌습니다. 이름은 완도대우병원.

병원 하나를 세우는 일은 어디서나 쉽지 않지만, 섬에 병원을 세우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습니다. 땅은 부족했고, 자재는 바다를 건너와야 했으며, 태풍이 몰아치면 공사는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병원은 세워졌습니다. 단순히 건물 하나를 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픈 사람이 제때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완도대우병원의 기억을 공간 그래픽으로 다시 꺼내는 일

완도대우병원 공간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이곳이 단순한 기록 전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병원의 연혁을 설명하고, 사진을 나열하고, 설립 취지를 전달하는 방식만으로는 이 공간이 가진 감정을 충분히 담기 어려웠다. 완도대우병원은 한때 섬사람들의 생명과 일상을 지탱했던 장소였고, 지금은 그 기억을 다시 꺼내 보여주어야 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그래픽의 방향은 ‘정보를 많이 보여주는 것’보다 기억이 천천히 떠오르는 장면을 만드는 것에 가까웠다.
컬러, 조명, 실루엣, 사진의 배치 모두 완도대우병원이 가진 시간의 깊이를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KakaoTalk_20240702_100048987.jpg

깊은 파랑은 바다이자, 병원의 시간이다

가장 강하게 보이는 색은 단연 딥 블루다.
완도대우병원이 섬에 세워진 병원이라는 점에서 파랑은 가장 직접적인 색이다. 바다를 건너야 닿을 수 있었던 병원, 바다와 함께 살아온 섬사람들, 그리고 의료 사각지대에 놓였던 지역의 조건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 공간의 파랑은 밝고 가벼운 관광지의 바다색이 아니다.
조금 더 깊고 묵직한 파랑에 가깝다. 이는 완도대우병원이 가진 역사성과 무게를 담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병원이 단순히 지역에 들어선 시설이 아니라, 섬사람들의 삶과 생명을 지탱했던 장소였다는 점을 색감 자체가 먼저 말해준다.

입구의 대형 블루 월은 공간의 첫인상을 만든다.
넓은 면을 하나의 색으로 강하게 잡아주면서, 관람자는 자연스럽게 이 공간이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 영역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주변의 콘크리트 천장, 노출 배관, 회색 바닥과 대비되면서 파란 벽면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오래된 건물의 거친 분위기 속에서 이 파랑은 과거의 기록을 현재의 전시 언어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KakaoTalk_20240702_100048987_01.jpg

흰색 실루엣은 사라진 병원을 조용히 되살린다

두 번째 공간에서 인상적인 것은 벽면을 따라 이어지는 흰색 실루엣 그래픽이다.
산 능선, 섬의 지형, 병원 건물, 파도 형태가 겹겹이 이어지며 하나의 풍경처럼 펼쳐진다.

이 그래픽은 사진처럼 구체적이지 않다. 오히려 형태를 덜어내고, 명암과 윤곽만 남겨두었다. 그래서 더 기억처럼 보인다.
완도대우병원이 실제로 존재했던 장소이지만, 이제는 예전의 병원 기능으로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 방식은 적절하다. 선명한 재현보다 흐릿한 회상이 이 공간의 정서와 더 잘 맞기 때문이다.

특히 하단의 파도 형태는 병원이 놓였던 섬의 조건을 은유한다.
바다는 완도대우병원을 고립시키는 장벽이기도 했고, 동시에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연결의 길이기도 했다. 흰색 그래픽은 이 양가적인 의미를 부담스럽지 않게 담아낸다. 조명과 결합되면서 실루엣은 벽에서 살짝 떠오르는 듯 보이고, 공간 전체에 차분한 깊이를 만든다.

KakaoTalk_20240702_100048987_02.jpgKakaoTalk_20240702_100048987_12.jpg

사진은 기록으로, 블루 라인은 흐름으로 읽힌다

세 번째 공간에서는 과거 사진들이 긴 띠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상단에는 흑백의 대형 기록 사진이 놓이고, 하단에는 작은 컬러 사진들이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이 구성은 완도대우병원의 시간을 한눈에 보여주는 타임라인처럼 읽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진을 벽면에 단순히 붙인 것이 아니라, 파란 그래픽 띠 안에 정리했다는 점이다.
이 파란 띠는 앞선 공간의 메인 컬러와 연결되면서 전체 전시의 통일감을 만든다. 동시에 흩어질 수 있는 사진 자료들을 하나의 흐름 안에 묶어준다.

상단의 흑백 사진은 역사성과 현장감을 강조하고, 하단의 작은 사진들은 병원 운영, 지역사회, 사람들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크게 보면 하나의 기억, 가까이 보면 여러 장면의 기록이 되는 구조다. 관람자는 멀리서 전체 분위기를 먼저 보고, 가까이 다가가 개별 사진을 읽게 된다. 이 거리감의 변화가 공간 그래픽의 리듬을 만든다.

KakaoTalk_20240702_100048987_05.jpg

읽기 도구

5분 읽기

이 글이 도움이 되었나요?

다음으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