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the Record
빛으로 남은 산책길
종연··수정됨 2026.07.19
밤 산책길에 빛나는 조형물을 보신 적 있나요? 그 빛 뒤에는 비와 바람, 햇빛과 싸운 수많은 고민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별빛내린천(도림천) 야외 산책로 경관 개선 프로젝트의 비하인드를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엔 야외입니다
전시물은 보통 실내에 들어가는데, 이번 프로젝트의 무대는 야외 산책로였습니다. 비도 바람도 햇빛도 그대로 맞아야 하는 환경이죠.
그래서 마감재 선정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비에 녹슬지 않고, 햇빛에 바래지 않고, 계절이 바뀌어도 뒤틀리지 않을 것. 조명도 방수 조건이 하나 더 붙었고요. 그렇게 야외 기준을 하나씩 맞춰가며 제안 디자인이 나왔습니다.

▲ 1. 기존 현장 사진. / 2. 제안 당시 디자인. 기존 산책로 경계벽을 타공판으로 감싸고 안에 조명을 매립하여 연출했다.
다리 밑, 버려진 공간에서
이번 아이템은 고가 아래 공간에 들어가는 BIKE 사인입니다. 현장에 원래 자전거 보관소가 있던 자리라, 그 정체성을 살려 자전거 형태의 조형물을 제안했습니다. 어두운 다리 밑이라 멀리서도 눈에 띄어야 했고, 야외 공간이라 마감재 내구성과 조명 방수까지 챙겨야 했죠. 그렇게 조형물 자체가 간판이 되는 디자인이 나왔습니다.

▲ 1. 기존 현장 사진. / 2. 제안 당시 디자인. 자전거 형태의 라인 조명 조형물이 보관소 입구를 알린다.
야외 기준으로 고른 마감재
제작 단계에서는 마감재 후보를 놓고 야외 조건과 하나씩 대조해 봤습니다.
먼저 본체 판재는 일반 철판 대신 아연도금으로 녹에 강한 갈바를 선택했습니다. 빗물에 가장 먼저 상하는 게 소재 자체이니, 바탕부터 부식에 강해야 했거든요. 그 위에 도장은 자외선에 바래고 빗물에 들뜰 우려가 있는 일반 도장을 제외하고, 도막이 단단해 부식과 변색에 강한 분체도장을 적용했습니다.
조명도 같은 기준이었습니다. 타공판 안쪽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구조라 내부로 빗물이 들 수밖에 없어, 방수 LED를 적용해 비 오는 날에도 문제없이 켜지도록 했습니다.

▲ 준공 후 야간 모습. 타공판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이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다.
회의를 거치며 달라진 디자인
제안이 그대로 준공까지 가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발주처와 중간 회의를 거치며 방향이 조정됐고, 제안의 얼굴이었던 자전거 조형물은 아쉽지만 빠지게 되었습니다. 대신 경관 펜스의 은은한 빛과 바닥을 수놓는 고보조명 연출에 힘을 실어, 지나치던 다리 밑을 걷고 싶은 길로 바꾸는 본래의 목표에 집중했습니다.

▲ 준공 후 야간 모습. 볼라드 조명과 바닥의 눈꽃 고보조명이 산책로를 밝힌다.
마치며
제안에서 준공을 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이 바뀌고 조형물이 변경되는 과정도 있었지만, 덕분에 공간에 꼭 필요한 것만 남은 것 같습니다. 밤 산책길에 빛으로 남은 이 길을, 지나시는 길에 한번 걸어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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