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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밑에, 없던 동굴이 생겼습니다

조소~현··수정됨 2026.07.23

계단 밑에, 없던 동굴이 생겼습니다

전시장엔 다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자리가 있습니다. 대표 선수가 바로 계단 밑이에요. 천장이 비스듬히 내려앉아 서 있기도 애매하고, 방치하면 십중팔구 청소도구함이 되는 그 자리 말입니다. 오늘은 대구 달서선사관에서 이 계단 밑을 선사시대 동굴로 바꿔 놓은 이야기를, 공간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풀어보려고 합니다.

애매한 자리를, 콘셉트로 끌어안기

계단 밑은 한쪽 천장이 쭉 낮아지는 게 늘 골칫거리입니다. 반듯한 방을 넣으려 하면 끝까지 아쉬운 자리거든요. 그런데 '동굴'로 생각을 바꾸는 순간, 단점이 그냥 사라졌습니다. 원래 동굴이 천장 울퉁불퉁 낮고 안으로 파고드는 공간이잖아요. 계단이 만든 사선이 갑자기 '설계 의도'처럼 보이기 시작한 거죠. 심지어 여긴 선사관이니, 동굴만큼 자리에 어울리는 콘셉트도 없었고요. 그래서 계단의 경사를 억지로 감추는 대신, 동굴 입구의 곡선으로 아예 끌어안기로 했습니다. 단점을 고치는 대신, 콘셉트로 덮어버린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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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포토존 디자인 시안


동굴에 라커를 숨기는 법

이 자리엔 조건이 하나 더 붙어 있었습니다. 관람객 물품을 넣을 라커도 여기 들어와야 했거든요. 낭만적인 동굴 옆에 철제 라커가 떡하니 서 있으면 분위기가 다 깨지죠. 그렇다고 좁은 계단 밑에 포토존 따로, 라커 따로 두면 둘 다 옹색해지고요. 그래서 라커를 동굴과 한 벽으로 묶고, 계단 경사를 그대로 따라 계단식으로 앉혔습니다. 덕분에 라커도 '계단 밑에 억지로 낀 짐칸'이 아니라 처음부터 거기 있던 것처럼 자리를 잡았어요. 사진 찍고 짐 맡기는 동선이 한 흐름으로 이어지니, 자투리 하나가 두 몫을 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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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이 진짜 동굴이 되기까지

가장 애먹은 건 역시 '바위 티'였습니다. 모델링에선 그럴싸해 보여도, 질감이 어설프면 현장에선 단번에 스티로폼 바위로 들통나거든요. 그래서 준공 때는 바위 결과 음영, 입구를 감싸는 빛까지 하나하나 잡아가며 최대한 진짜 동굴 같은 깊이를 냈습니다. 안쪽엔 앉아서 찍을 자리를 두고, 선사시대 캐릭터를 나란히 세웠어요. 덕분에 사진을 찍으면 관람객이 이 친구한테 말을 거는 것처럼 담깁니다. 수만 년 전 주민이 계단 밑에 세 들어 사는 그림인데, 묘하게 잘 어울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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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뿌듯한 건, 아무도 안 쳐다보던 계단 밑이 이제 사람들이 일부러 줄 서서 사진 찍는 자리가 됐다는 겁니다. 좋은 공간이 꼭 넓고 반듯한 데서 나오는 건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이런 애매한 자투리를 어떻게 구슬리느냐에서 재미가 나옵니다. 달서선사관에 들르시면, 계단 밑 동굴 주민에게 인사 한번 건네고 사진도 한 장 남겨보세요. 참고로 이 친구, 자리는 안 비켜주니 옆에 앉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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