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Off the Record

"별빛 내린 숲길(도림천)"—10일간 써 내려간 사계절 디자인 일기

김*림··수정됨 2026.07.22

"별빛 내린 숲길(도림천)"—10일간 써 내려간 사계절 디자인 일기

한겨울에 시작된 봄과 여름의 기록

12월 22일, 저에게는 조금 특별한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도림천 '별빛내린숲길' 산책로에 고보라이트로 사계절의 옷을 입히는 작업이었죠.

마감일은 12월 31일, 주어진 시간은 단 열흘이었지만, 저는 단순히 '이미지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시민들의 산책길에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한 고민은 이것이었습니다.

"내가 관람객이라면, 어떤 길을 걸을 때 카메라를 꺼내고 싶어할까?"

이번 프로젝트의 무대는 3구간부터 7구간까지 이어지는 긴 산책로였습니다.
관람객이 느끼는 감정의 높낮이를 고려해 [시작 - 확산 - 절정 - 여운 - 전환]이라는 5단계 구성을 설계했습니다.

제가 담당한 계절은 봄과 여름 파트였습니다.


봄: 설렘이 피어나는 몰입의 길

자산 8.png

3구간 - [인트로] 만개 : 별빛이 꽃으로 터지는 길
벚꽃 라인을 따라 시선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디자인해 '봄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자산 9.png

4구간 - 봄 토끼의 벚꽃축제
꽃 사이로 '깡총깡총' 뛰는 토끼 그래픽을 넣어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구간을 만들었습니다.

자산 10.png

5구간 - 달콤한 봄 : 사랑이 피어나는 포토로드
'발렌타인'을 테마로 하트 포토 로드를 조성했습니다. 연인들이 그사이에 서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도록 해서 "달달한 사랑을 따라 걷는다"는 생각이 들도록요

자산 11.png

6구간 - 날갯짓의궤적: 봄의 끝자락을 수놓는 길
나비와 꿀벌, 잠자리의 궤적을 그려 넣어 어른들에게는 흐르는 길을, 아이들에게는 숨은 곤충 찾기의 재미를 주었습니다.

자산 12.png

7구간 - [아웃트로] 만개: 다시별빛이꽃으로터지는길
3구간과 수미상관을 맞추어 한 바퀴를 돌아온 '회귀'의 즐거움을 전달했습니다.


여름: 싱그러운 발견이 있는 탐험의 길

여름 구간의 킬링 포인트는 '발견의 재미'였습니다.

자산 13.png

3구간 - [인트로] 여름을 여는 길 : 해바라기와 행운의 조각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그래픽 중심으로 여름을 떠올리게 구성하여 클로버가 풍성하게 깔려 '여름 내내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라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자산 14.png

4구간 - 클로버 숲길 : 행운을 찾는 여름 산책
단순히 네잎클로버만 넣지 않았습니다. 세잎클로버 사이에 네잎클로버를 섞어두어, 관람객들이 "어! 저기 네잎클로버 있다!"라고 외치며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기도록 유도했습니다.

자산 15.png

5구간 - 밤바다 산책 : 해양 친구들이 만드는 길
밤바다를 걷는 듯한 컨셉으로 고래와 해양 친구들을 배치했습니다. 아이가 "저기 고래가 있어요!"라고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한 땀 한 땀 디자인했습니다.

자산 16.png

6구간 - 장마의 정원 : 수국 위로 떨어지는 비
장마의 빗방울을 수국과 우산으로 승화시켜, 비가 내리는 정원 속에 서 있는 듯한 서정적인 무드를 연출했습니다.

자산 17.png

7구간 - [아웃트로] 여름의 끝자락 : 다시 해바라기 길 위에서
관람객에게 '여름의 여러 장면을 모두 지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는 완주감과 여운을 남겨 3구간과 수미상관을 맞추었습니다.


10일간의 몰입, 94개의 결과물

산책길이 길다 보니 작업량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한 계절당 47개씩, 제가 작업해야 할 디자인만 총 94개였죠.

짧은 일정 속에 94개의 다른 그래픽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제가 디자인한 빛 위에 누군가의 발걸음이 닿고,
누군가의 사진첩에 그 순간이 기록될 것을 생각하니 단 한 구간도 소홀히 할 수 없었습니다.

모니터 앞에 앉아 있을 때조차 마음은 늘 도림천 현장에 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서면 각도가 예쁘게 나올까?" "이 그래픽이 아이들 눈높이에서 잘 보일까?"
관람객의 시선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보낸 10일은, 제게 디자인의 즐거움을 다시금 일깨워준 시간이었습니다.

마치며, 빛으로 전하는 작은 행복

12월 31일, 마지막 작업을 끝내고 맞이한 새해는 그 어느 때보다 뿌듯했습니다.

단순히 바닥에 쏘아지는 조명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이와의 즐거운 놀이가, 누군가에게는 연인과의 소중한 추억이,
또 누군가에게는 고단한 퇴근길의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읽기 도구

4분 읽기

이 글이 도움이 되었나요?

다음으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