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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 물 대신 열 주세요

김승빈··수정됨 2026.07.22

이 꽃, 물 대신 열 주세요

버튼 하나 누르면 금속 꽃잎이 스르륵 펴지는 전시물, 보신 적 있나요? 원리만 들으면 참 낭만적인데, 만드는 입장에선 그 한 송이를 피우기까지 은근히 애를 먹었습니다. 오늘은 부산창의융합교육원에 설치한 '형상기억합금 꽃'을 만들며 두 번 넘어졌다 일어난 이야기를, 제작기술팀 시선에서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 전시물은 이름 그대로예요. 관람객이 버튼을 누르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고, 그 열로 꽃 모양 형상기억합금이 반응해 꽃잎이 펴집니다. 열을 기억하는 금속의 성질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과학 원리와 예술이 만나는 체험물이죠. 문제는 이 '열로 꽃을 피운다'는 한 문장 안에 함정이 두 개 숨어 있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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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고비 : 너무 길어서 흔들리는 꽃대

꽃을 형상화한 전시물이다 보니, 발밑엔 화단처럼 조경을 꾸며 진짜 꽃이 피어난 듯한 그림을 만들려 했습니다. 그런데 꽃대 역할을 하는 봉이 문제였어요. 위에서 꽃잎이 펴지려면 봉이 충분히 높아야 하는데, 그만큼 길어지니 위가 무거워지면서 미세하게 흔들리더라고요. 보기에도 불안하고, '단단히 피어 있는 꽃'이라는 인상과도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건 저희 손만으로 매끈하게 정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조경 업체를 별도로 선정해, 발밑 화단을 제대로 꾸미고 봉이 안정적으로 서 보이도록 함께 잡았습니다. 화단이 채워지니 흔들림이 시각적으로 잡히는 건 물론이고, 밋밋하던 아래쪽이 살아나면서 비로소 '꽃'다운 모습이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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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고비 : 자꾸 깨지는 전구

더 골치 아팠던 건 전구였습니다. 형상기억합금을 펴려면 꽤 높은 열이 필요해서 100W 전구를 썼는데, 이 전구가 그대로 노출되면 관람객 눈이 부시거든요. 그래서 아래쪽에 눈부심을 막는 판을 댔더니 — 이번엔 전구가 자꾸 깨졌습니다. 판이 빛은 물론 열까지 가둬버리면서 안에 열이 쌓였던 거죠. 꽃을 피우려고 넣은 열이, 정작 전구를 못 버티게 만든 셈입니다.

핵심은 '빛은 막되 열은 내보내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눈부심은 어느 정도 차단하면서도 열은 빠져나갈 수 있는 소재로 판을 교체했습니다. 빛과 열을 한 덩어리로 막지 않고 따로 떼어 다룬 거죠. 교체 후엔 전구가 깨지지 않으면서 꽃잎도 무리 없이 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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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버튼 한 번에 스르륵 펴지는 이 꽃 한 송이 뒤엔, 흔들리는 꽃대와 깨지는 전구라는 두 번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제작이란 게 늘 이래요. 원리는 간단해 보여도, 실제로 세우다 보면 예상 못한 데서 넘어지고, 그걸 하나씩 풀어가며 완성에 다다르죠. 부산창의융합교육원에 들르시면, 이 꽃 앞에서 버튼 한번 눌러보세요. 스르륵 펴지는 꽃잎 뒤에 숨은 고생도 슬쩍 떠올려 주시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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