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ling
묻힌 터에, 다시 불을 켜다
이우성··수정됨 2026.07.19
전시물을 만들다 보면, 유독 손끝에 힘이 더 들어가는 주제가 있습니다. 대구 중구청에 들어선 대구형무소 전시실이 그랬어요. '묻힌 순국의 터'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이 잠든 자리를 기억하는 공간이거든요. 오늘은 그 전시실을 만든 이야기를, 제작기술팀 시선에서 조심스럽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빛으로 읽는 벽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건, 형무소의 기록을 담은 그래픽 패널과 라이팅 패널입니다. 오래된 도면과 사진, 문헌을 패널에 옮기고, 그 뒤로 빛을 넣어 글과 이미지가 은은하게 떠오르도록 했어요. 라이팅 패널은 빛이 고르지 않으면 한쪽만 밝게 뜨거나 얼룩처럼 번지는데, 그러면 읽는 사람의 시선이 흐트러지거든요. 이 자리가 차분히 읽어 내려가야 하는 공간인 만큼, 밝기를 세게 몰지 않고 균일하고 낮게 잡는 데 가장 오래 손이 갔습니다.

진짜 벽돌을 놓기까지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이 남았던 건, 대구형무소를 실제로 지었던 벽돌을 전시하는 일이었습니다. 새로 만든 모형이 아니라 그 시간을 그대로 겪은 실물이라, 다루는 손길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었어요. 오래된 벽돌은 겉이 약해 잘못 힘을 주면 모서리가 바스러지기 때문에, 표면을 상하지 않게 고정하는 방식을 따로 고민했습니다.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이 벽돌 하나가 조용히 제 무게로 이야기하도록 두는 게 맞다고 봤고요.
작은 형무소에, 불을 켜다
전시실 가운데엔 대구형무소를 축소한 모형을 놓았습니다. 작게 줄인 건물 하나하나에 LED를 심어, 필요한 자리에 불이 들어오도록 만들었어요. 손바닥만 한 건물 안에 배선을 감추고, 빛이 새거나 어느 한 곳만 튀지 않게 점등을 잡는 일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갑니다. 그래도 이 작은 모형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 '묻힌 터'라는 이름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사라진 자리를 눈앞에 다시 세워 보이는 일이니까요.
마치며
이번 작업에서 제작팀이 한 일은, 새로운 무언가를 화려하게 만들어 내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미 이 터에 쌓여 있던 시간을, 빛과 실물로 조심스럽게 다시 보이게 하는 쪽에 가까웠어요. 대구 중구청에 들르실 일이 있다면, 이 전시실에 잠시 머물러 그분들의 자리를 함께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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