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the Record
기술은 매일 앞서가는데, 공간은 어떻게 발맞춰 갈까
이세리··수정됨 2026.07.16
전시 디자인에서 가장 까다로운 주제를 꼽으라면, 저는 'AI'를 빼놓지 않습니다.
오늘 멋지게 만들어 놔도 기술은 내일이면 또 한 발 앞서가 있거든요.
이번 인천학생과학관 전시관 개선 작업도 바로 그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신규 전시물 디자인부터 내부 인테리어 변경까지,
빠르게 나아가는 기술 발전 속에서 그 속도와 나란히 오래 갈 수 있도록 공간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공간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전시가 기술을 못 따라갈 때
개선 전 공간을 둘러보며 가장 먼저 느낀 건, 그동안 인공지능이 그만큼 빠르게 바뀌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는 충실했을 구성도, 기술이 여러 세대를 건너뛰는 사이 지금의 AI를 담기엔 시간이 꽤 흐른 상태였어요.
전시된 로봇의 형태나 키오스크 디자인 같은 체험물은 그 시절 기술의 모습을 그대로 안고 있었고, 천장 메쉬망이나 조명 계획, 하우징 형태에도 그 사이 달라진 흐름이 자연스럽게 묻어났습니다.

▲ 1~3. 개선 전 인천학생과학관 전시관. 인공지능이 빠르게 바뀌며 콘텐츠와 공간에도 시간차가 함께 묻어났다.
(출처 랜선인천학생과학관)
무채색에 찍은 블루
가장 먼저 한 일은 체험물의 톤을 블랙 앤 화이트로 통일하는 것이었습니다. 색을 덜어내자 통일감과 세련됨이 올라왔어요.
절제된 무채색 공간은 묘하게 AI의 체계, 그리고 그걸 떠받치는 인프라를 떠올리게 했고요. 화려하게 채우는 대신 비워서 정돈하는 쪽을 택한 셈입니다.
다만 끝까지 무채색으로만 가면 전시를 보는 재미가 사라진답니다. 그래서 포인트 컬러를 적절히 끼워 넣었어요.
일부 아이템엔 블루 도장 하우징을 더하고, 생명탐구존처럼 색이 필요한 곳엔 형형색색을 넣되 공간을 압도하지 않을 만큼만 비중을 조절했습니다.
절제된 바탕 위, 색이 더 또렷하게 살아났습니다.

▲ 4~6. 하우징의 블랙 앤 화이트로 정돈한 AI 체험존. 무채색과 정제된 요소가 AI의 체계와 인프라를 연상케 하고, 포인트 컬러를 더해 시각적 재미를 살렸다.
선이 만든 질서
통일감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건 '선'이었습니다.
하우징의 각진 형태를 그대로 가져와, 바닥 패턴과 천장에 매단 라인조명까지 같은 각도로 맞췄습니다.
체험물 하나에서 시작된 형태가 바닥과 천장으로 번지니, 공간 전체가 하나의 정제된 시스템처럼 읽혔습니다. 정제된 라인 패턴이 곧 'AI다운' 인상을 만든 거죠.

▲ 7~9. 하우징의 각진 형태를 바닥 패턴과 천장 라인조명까지 동일하게 이어 맞췄다
시간이 흘러도 함께 가는, AI를 닮은 공간
인공지능은 오늘도 어제보다 한 발 나아갑니다. 그래서 이번 작업의 목표는 '지금 가장 화려한 디자인'이 아니라, 그 빠른 변화 곁에서 오래도록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디자인이었습니다.
절제된 마감과 정제된 선이라면, 기술이 계속 앞서가더라도 공간이 그 흐름과 오래 나란히 설 수 있으니까요.
인천학생과학관에 들르신다면, 새로워진 전시관을 한번 둘러봐 주세요. 다녀가실 즈음엔 AI가 또 한 뼘 자라 있을지 몰라요.
이 공간은 그 옆에서 의젓하게 서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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