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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획] 기계와 사람 사이 어딘가 — 인천학생과학관 〈BEYOND SCIENCE〉
문병석··수정됨 2026.07.16
최신 기술이 가득한 전시를, '사람' 이야기로 끝낸 이유

화려하게 채우기 쉬운 주제였습니다
로봇팔, 투명 디스플레이, 바이오프린팅, K-pop에 맞춰 군무를 추는 휴머노이드까지.
인천학생과학관 4층 미래과학관 〈BEYOND SCIENCE〉는, AI와 생명과학이라는 그 자체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기술들이 한 층에 모이는 전시였습니다.
솔직히 채우기 어려운 주제는 아니었습니다.
화려한 장면을 하나씩 늘어놓기만 해도 "과학이 이만큼 발전했다"는 전시는 충분히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저 '와' 하는 감탄으로 끝나는 전시는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것보다, 그 앞에 선 학생들이 무엇을 떠올리게 될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부러 다른 방향에서 출발한 두 이야기
전시는 AI 체험존과 생명 탐구존,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뉩니다. 처음 구조를 잡을 때 가장 신경 쓴 것은,
이 두 공간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도록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AI 체험존은 '기계가 사람을 닮아가는' 이야기로 설계했습니다.
말하기(자유대화), 보기(퍼즐), 움직이기(에어하키), 그리기(미술작가) — 우리가 사람만의 능력이라고 여겨온 것들을 AI가 하나씩 따라 올라옵니다.
관람객은 기계가 인간의 능력에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을 순서대로 따라가게 됩니다.
생명 탐구존은 정반대 방향으로 흐릅니다.
세포에서 조직, 기관, 개체로 생명을 차근차근 쌓아 올려 이해한 뒤, 그 생명을 인공장기로 만들고 이식하고, 끝내 신체를 기계로 바꾸는 지점까지 나아갑니다.
이쪽은 '사람이 기계와 가까워지는' 이야기입니다.
한쪽은 기계에서 사람 쪽으로, 다른 한쪽은 사람에서 기계 쪽으로 변화합니다. 두 길이 일부러 반대로 걷게 만든 이유는, 결국 한 자리에서 만나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도록
두 길의 끝에는 같은 질문을 놓았습니다. 바로 '기계와 사람의 경계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입니다.

AI 체험존의 마지막 체험물은 '윤리 가치 AI'입니다.
관람객은 정답이 없는 상황 속에서 직접 판단을 내리고, AI의 효율적인 계산과 사람의 도덕적 가치가 부딪히는 지점을 경험합니다.

생명 탐구존의 마지막 체험물은 '사람과 로봇 그 경계'입니다.
화면 속 인물을 0%에서 100%까지 기계로 바꿔가며, 어디까지를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스스로 판단해봅니다.
서로 다른 내용의 공간을 체험해온 관람객이, 마지막에는 똑같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 전시에서 가장 오래 고민한 부분이 여기였습니다.
학생을 위한 과학 전시를 화려한 기술의 정점이 아니라, 정답 없는 질문으로 끝내도 괜찮을까.
하지만 그래서 더 끝까지 밀고 가고 싶었습니다.
AI와 생명과학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기술을 익히는 능력보다 기술 앞에서 멈춰 서서 질문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낯선 기술을 친근한 이미지로
기술이 주인공인 전시일수록, 그 기술이 무섭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두 공간을 가로지르는 안내자로 인천학생과학관의 마스코트인 '꿈별이'라는 캐릭터를 두었습니다.

꿈별이는 AI 체험존의 '자유대화 AI'에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거는 친구로 처음 등장하고,
생명 탐구존의 '인공장기 이식 시뮬레이션'에서는 환자를 함께 진단하는 어시스턴트로 다시 나타납니다.
서로 떨어진 두 공간을, 하나의 익숙한 얼굴이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셈입니다.
꿈별이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건 단순했습니다.
AI는 두려워하거나 경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를 도와주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감각을 심어주는 것.
낯선 기술도 친근한 비주얼로 풀어내어 한결 가깝게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굳이 아날로그 아이템을 추가한 이유
전시 곳곳에는 RFID, 투명 OLED, 로봇팔 같은 최신 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생명 존에는 그 사이에 일부러 아날로그 코너를 하나 남겨두었습니다.

'생명 단계 들어 보기'는 화면도 센서도 없이, 벽면의 패널을 손으로 직접 들어올려 세포부터 개체까지의 단계를 확인하는 체험입니다.
첨단 기술로 가득한 공간에 굳이 손으로 들어올리는 아날로그 장치를 넣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시의 목적이 기술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개념을 이해시키는 데 있다면,
때로는 화면을 터치하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들어 무게를 느끼는 편이 더 오래 남는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을, 이 작은 코너 하나에 담아두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BEYOND SCIENCE〉라는 이름의 BEYOND는, 과학 기술 그 너머의 가치를 뜻합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가장 오래 붙들고 있던 단어이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이 전시가 정말 묻고 싶었던 건 'AI와 생명과학이 얼마나 대단한가'가 아니었습니다.
그 기술들 앞에서 '그래서 사람은, 사람다움은 무엇인가'를 한 번쯤 멈춰 서서 생각해 보는 일이었습니다.
두 갈래 길을 일부러 반대로 걷게 하고, 결국 같은 질문에서 만나게 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온 학생이 "기계가 다 할 수 있게 되면, 사람은 뭘 하지?" 같은 질문을 한 번이라도 스스로 던져본다면,
이 전시는 제 몫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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