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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에 불이 들어오던 새벽

문병석··수정됨 2026.07.23

트리에 불이 들어오던 새벽

대충 넘어갈 수 없었던 이유

발주처에 하드웨어를 전공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제가 애매하게 아는 부분이 많았던 탓에 미팅 때마다 긴장해서 땀이 삐질 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어느 것 하나 대충 넘길 수 없는 현장이었습니다.


바뀌게 된 디자인

제안 당시 전광판은 'ㄱ'자 형태였는데, 진행 과정에서 일자로 축소됐습니다. 대신 그 앞에 조경이 새로 추가됐고요.

따로 떨어진 두 요소를 하나로 잇느라, 연계 스토리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잡은 것이 '균형과 회복의 땅(The Ground of Resilience)'이라는 주제였습니다.

재난과 안전을 '무너짐과 다시 세움', '위험과 회복'이라는 이중 구조로 보고, 전광판과 조경에 각각 그 반대 축을 맡겼습니다.

전광판에는 사고·화재 같은 재난 영상이 흐르고, 그 앞의 조경은 안정감과 회복력, 생명의 회복을 상징하도록 했습니다.

IMG_1812.JPG

조경은 화려한 식물 대신 돌과 풀 위주로 구성했습니다. 풍화된 질감의 돌과 자갈은 견고함을, 억새와 사초 같은 풀은 재난 이후 자연이 스스로 복원된 풍경을 나타내도록 했고요.

화단은 전광판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곡선형으로, 시야를 가리지 않게 낮은 높이로 잡아 전광판이 부각되게 했습니다.


맞지 않았던 시트 규격

창호 시트 시공에서는 시트 규격이 현장과 맞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재단을 거쳤는데, 마감이 삐뚤빼뚤하고 기포도 생겼습니다.

image.png

그 과정을 발주처가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었고, 결국 시트는 여러 차례 다시 시공했습니다.


재밌었던 조경 작업

IMG_1791.JPG

조경 작업은 재밌었습니다. 발주처와 같이 꽃꽂이를 했고, 함께한 조경업체 대표님도 좋은 분이셨습니다.

고된 현장 중에 가장 손이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주간의 새벽

크리스마스 주간, 새벽에 현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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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새벽 현장에 그 장면이 켜져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몽글하더라고요.

고생스러웠던 현장이 그 한 장면으로 정리되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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